트립루트37 부캉이 스페셜 컬럼. 여행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우리가 놀러 가는 바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숫자는 국립수산과학원·해양수산부 발표와 언론 보도에서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보도마다 집계 기준이 조금씩 달라 어림수로 적은 곳이 있습니다. 조사 기준일 2026년 10월 4일.
9월 18일 아침, 부산 북항친수공원. 수로를 내려다보던 산책객들이 눈을 비볐습니다. 등지느러미 하나가 물 위를 쓱 가르고 지나갔거든요. 몸길이 3m가 넘는 상어였습니다.
시민들은 「북항에 온 상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어 줬습니다. 부캉이. 열흘 만에 56만 명이 구경을 왔습니다.
문제는 부캉이가 집에 갈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물대포로 바다 쪽으로 몰아도, 길이 50m짜리 그물로 밀어내도, 다음 날이면 그물을 훌쩍 넘어 수로로 돌아왔습니다. 10월 4일 지금도 부캉이는 그 수로에 있습니다.
그런데 학자들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올해 1~8월 동해안 그물에 걸린 대형 상어가 73건. 작년 같은 기간(29건)의 2.5배입니다. 부캉이 한 마리가 별난 게 아니라, 상어들이 원래 오지 않던 곳까지 오고 있다는 얘기죠.
YTN도 이 장면을 짚었습니다. 아래는 YTN 공식 유튜브 채널의 보도 영상입니다.
왜일까요? 답을 찾으려면 횟집 메뉴판부터 펼쳐 봐야 합니다.
예전 메뉴판, 지금 메뉴판
| 메뉴 | 예전 | 지금 |
|---|---|---|
| 생태탕 | 동해에서 갓 잡은 명태 | 동해 명태는 0, 거의 러시아산 |
| 오징어회 | 흔한 술안주 | 마리당 1만 원, 「금징어」 |
| 방어회 | 겨울이면 제주 모슬포 | 강원 고성이 주산지 |
| 연어 | 가을 남대천에 수만 마리 | 2천 마리도 안 돌아옴 |
| 참치 | 원양어선이 먼 바다에서 | 동해안 그물에 2m짜리가 |
메뉴 이름은 그대로인데 물고기들은 하나같이 주소를 옮겼습니다. 떠난 쪽도, 새로 온 쪽도 사정은 같습니다. 바다가 데워졌어요.
1.6℃, 별것 아닌 숫자일까
우리 바다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25년까지 1.6℃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세계 바다 평균(0.76℃)의 두 배입니다. 동해만 따로 보면 2℃를 넘겼고요.
감이 잘 안 온다면 체온으로 바꿔 보세요. 36.5℃에 1.6℃를 더하면 38.1℃. 출근은커녕 이불 밖으로 나오기도 힘든 열입니다. 물고기에게 수온이 꼭 그렇습니다. 연어는 12℃만 넘어도 목숨이 위태롭고, 오징어는 23℃를 넘으면 알을 낳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르는 속도가 붙었습니다. 최근 10년은 58년 평균보다 세 배 빨랐습니다. 2024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고, 2025년 여름엔 고수온 특보가 85일이나 이어졌고, 2026년 상반기는 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명태 — 현상금까지 걸렸던 물고기
1981년 동해에서 잡힌 명태는 16만 5,800톤(노가리 포함). 2008년 공식 통계에 찍힌 숫자는 0이었습니다.
다급해진 정부가 2014년 「명태 살리기」에 나섰는데, 첫 단계가 꽤 극적입니다. 살아 있는 자연산 명태를 가져오면 50만 원. 말 그대로 현상금을 걸었죠. 그렇게 구한 어미로 2016년 세계 최초 완전양식에 성공했고, 190만 마리를 바다에 풀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다시 잡힌 건 스무 마리 남짓. 2024년 조사에선 표본 159마리 가운데 방류한 명태가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어린 명태(노가리)를 너무 많이 잡은 게 먼저였지만, 결정타는 데워진 바다였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동해 수온이 2℃ 넘게 오르면서 명태가 74% 줄었다고 분석합니다. 2019년부터는 우리 바다 명태를 아예 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명태의 고향 고성에서는 지금도 해마다 명태축제가 열립니다. 축제장에 쌓인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에서 건너온 것들입니다.
오징어 — 국민 안주에서 금징어로
| 연도 | 오징어 어획량 |
|---|---|
| 1996 | 25만 2,618톤 (정점) |
| 2015 | 15만 5,743톤 |
| 2022 | 3만 6,549톤 |
| 2024 | 1만 3,546톤 (역대 최저) |
| 2025 | 약 3만 1,000톤 (반등) |
28년 만에 정점의 5%. 2025년 봄엔 오징어 한 마리에 1만 원이 붙었습니다.
어민들에겐 숫자보다 아픈 현실입니다. 2025년 6월, 강원도 오징어 채낚기 어선 37척 가운데 23척이 감척, 그러니까 배를 정리하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새끼 오징어까지 건져 올린 우리 쪽 책임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있어요. 2025년 오징어가 두 배 넘게 돌아오자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이유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이었습니다. 가장 더웠던 해에 바닥을 찍고, 한풀 식은 해에 반등. 오징어는 거의 온도계처럼 움직입니다.
방어 — 남쪽 바다에서 최북단 고성으로 이사
방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사를 갔죠.
원래 방어는 남해와 제주의 물고기였습니다. 여름이면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가을이 오면 따뜻한 제주 바다로 내려와 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동해가 겨울까지 따뜻하게 버티자 굳이 내려갈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방어가 지내기 좋은 수온이 이어지는 기간은 5~10월에서 5~12월로 두 달 늘었고, 다니는 길도 경북에서 강원 고성까지 올라왔습니다.
| 연도 | 제주 | 강원 |
|---|---|---|
| 2014~2018 평균 | 957톤 | 1,000톤 수준 |
| 2019 | 310톤 | 3,500톤 |
2022년 강원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힌 물고기는 오징어가 아니라 방어였습니다. 고성 앞바다 정치망에 드는 물고기 1위도 방어(21.6%). 한 대형마트는 2015년 방어 물량을 100% 강원도에서 받았습니다. 2025년에 나온 뉴스 제목이 이 변화를 한 줄로 요약합니다. 「제주방어는 옛말, 이제는 고성방어」.
방어회 좋아하는 분이라면 반가울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뒤집어 보면, 고성 앞바다가 더는 명태가 살던 찬 바다가 아니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연어 — 집 앞까지 와서 길을 잃다
연어는 태어난 강을 기억했다가 몇 해 뒤 돌아옵니다.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연어의 70%가 향하는 곳이 양양 남대천입니다. 2014년 그 강으로 3만 9,696마리가 돌아왔습니다. 2023년엔 1,800마리. 10년도 안 돼 20분의 1이 됐습니다.
연어는 타고난 찬물 체질입니다. 8~10℃가 딱 좋고 12℃를 넘으면 위험합니다. 그런데 2022년 11월 동해 평균 수온은 16.1℃로, 1982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우리 바다는 연어가 사는 바다의 남쪽 끝자락이라 수온이 오르면 연어부터 발길을 끊습니다.
반전도 하나 있습니다. 2023년 다른 강의 연어가 일제히 줄 때 고성 북천만 전년보다 24배 늘었습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짐작한 이유는 「북천 물이 남대천보다 1~2℃ 차가워서」. 연어는 지금 1℃라도 더 찬 물을 찾아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입니다. 남쪽 땅에서는 고성이 마지막 강입니다.
고성에서 태어난 참치
빈집엔 새 이웃이 들기 마련입니다.
| 기간 | 동해안 참다랑어 어획 |
|---|---|
| 2011~2015 (5년 합계) | 1.6톤 |
| 2021~2025 (5년 합계) | 252톤 |
| 2026 상반기 (6개월) | 438톤, 1년 허용량 소진 |
올해 6월 주문진항에는 길이 2m, 무게 140kg짜리를 포함한 참다랑어 170마리가 하루에 들어왔습니다. 3월엔 더 놀라운 발견이 있었습니다. 고성 현내면 앞바다에서 갓 깨어난 참다랑어 새끼가 처음 확인된 겁니다. 고성 가까운 바다에서 참치가 알을 낳았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성 출신 참치」가 생길지도 모르는 거죠.
그래서, 부캉이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상어는 왜 부산 한복판까지 왔을까요?
참치 같은 큰 물고기는 대형 상어의 먹잇감입니다. 바다가 데워지며 먹이가 북쪽으로 올라오자, 그 뒤를 쫓는 상어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설명도 같습니다. 따뜻한 물에 사는 물고기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대형 상어 출몰이 잦아졌다는 것이죠.
변화는 상어만이 아닙니다. 제주 연안 물고기의 40% 넘게가 아열대 어종이고, 어떤 지점은 80%를 넘습니다. 해파리에 쏘인 사고는 한 해 만에 744건(2023)에서 4,224건(2024)으로 뛰었습니다.
부캉이는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바뀐 지도를 따라 정확히 찾아온 건지도 모릅니다.
한눈에 보는 바다 이사 기록
| 물고기 | 예전 | 지금 |
|---|---|---|
| 명태 | 16만 5,800톤 (1981) | 0톤, 포획 금지 |
| 오징어 | 25만 톤 (1996) | 1만~3만 톤 |
| 방어 | 제주 모슬포 | 강원 고성 |
| 연어 (남대천) | 3만 9,696마리 (2014) | 1,800마리 (2023) |
| 참다랑어 (동해안) | 5년에 1.6톤 | 반년에 438톤 |
| 대형 상어 (동해안) | 29건 (2025년 1~8월) | 73건 (2026년 1~8월) |
나 하나 바뀐다고 달라질까
기후 문제라고 하면 보통 과학자와 정치인을 떠올립니다. 보고서를 쓰고, 협약을 맺고,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의 일로요. 그런데 위 표의 변화는 회의장이 아니라 밥상에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생태탕 냄비에서, 오징어 한 마리 값에서, 횟집 수조에서.
우리는 여행을 하며 이 바다를 자주 만납니다. 고성 앞바다에 해가 떠오르는 새벽, 단풍이 비치는 남대천의 가을 물빛, 부산 바닷가의 저녁 바람.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잠깐 말을 잊고 「아, 좋다」 하며 숨을 고르게 되지요.
그 마음을 조금만 더 오래 붙잡아 보면 좋겠습니다. 그 풍경은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바다와 그 안의 생명들이 오랜 시간 지켜 온 선물이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면, 이제는 그 고마움을 행동으로 돌려드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 법합니다. 「그래서 나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맞는 말 같지요. 그런데 1.6℃를 올린 건 어느 한 사람이 아닙니다. 수십억 명이 날마다 내린 작은 선택이 쌓인 결과입니다. 그렇게 쌓인 거라면, 되돌리는 것도 같은 방식이어야 합니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거창한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소비를 조금 줄여 보자는 것, 그 하나입니다.
물건 하나가 만들어지고, 실려 오고, 버려지기까지 에너지가 듭니다. 장바구니에 넣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기. 아직 쓸 만한 건 더 써 보기. 다 못 먹을 만큼은 사지 않기. 가까운 길은 걸어 보기. 하나하나는 티도 안 납니다. 그런데 바다도 1년에 0.03℃씩, 티 안 나게 데워졌습니다. 작은 게 쌓이면 얼마나 커지는지는 바다가 이미 보여 줬습니다.
「나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대신 「나라도 바뀌어야지」. 시작은 그 한마디면 됩니다.
2025after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인류가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인류와 지구를 동시에 이롭게 한다.」 풀어 말하면 덜 사고, 오래 쓰고, 한 번 더 생각하는 불편함입니다. 우리부터 그렇게 살아 보려 합니다.
56만 명이 부캉이를 보러 갔습니다. 그 가운데 절반만 오늘 장바구니를 다시 들여다본다면, 부캉이의 부산 나들이는 꽤 값진 여행이 될 겁니다.
부캉이를 직접 만나러 가 보고 싶다면, 트립루트37이 먼저 다녀와 정리한 코스가 있습니다. 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보러 가는 1박 2일 — 부산역에서 걸어서 15분, 둘째 날은 영도까지
부캉이 관련 뉴스
- YTN 앵커리포트 — 부산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 열풍, 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 (9/22)
- 세계일보 — 올해 동해안 상어 혼획 2.5배 (9/30)
- YTN — ‘부캉이’ 그물 넘어 원래 있던 곳으로, 구조 작전 실패 (10/3)
- SBS — 바다로 가랬더니 부캉이 하루 만에 다시 그물 넘어 수로 안으로 (10/3)
출처
- 해양수산부 2023·2024·2025년 어업생산동향 보도자료 (2025년 수산물 생산량)
- 국립수산과학원 2026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북 (경향신문 2026-04-21 보도), 2024년 연근해 수온 보도자료
- 경향신문 (2023-06) 동해 수온과 명태 · (2025-02-21) 2024년 어업생산
- YTN (2024-10-12) 명태 방류와 재포획
- SBS (2025-06-02) 강원 오징어 감척 · (2023-11) 연어 회귀 감소
- 서울신문 (2019-12-27) 제주·강원 방어 어획 · (2026-10-02) 제주 아열대 어종
- 이데일리 (2016) 대형마트 방어 산지 · 이투데이 (2025-06) 고성 방어 · 서울경제 (2025-06-12) 동해 정치망 분석
- 데일리안 (2026-03-31) 고성 참다랑어 새끼 확인 · 강원일보 (2026-06-11) 주문진 참다랑어 · 뉴스핌 (2026-09-07) 동해안 참다랑어·오징어
- 한국일보 (2022-12-20), 뉴스핌 (2023-11-24) 연어 회귀와 수온

“[부캉이 스페셜 컬럼] 상어 부캉이는 왜 부산에 왔을까 — 동해 물고기들의 30년 이사 이야기” 글에 댓글 1개
[…] 상어 부캉이가 왜 부산까지 왔는지는 트립루트37 스페셜 컬럼에 따로 적었습니다. [부캉이 스페셜 컬럼] 상어 부캉이는 왜 부산에 왔을까 — 동해 물고기들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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